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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 비. 바람. 계곡물과 함께 한 지리산 화대종주 트레일런대회후기

마루금(김두영) 2010. 8. 31. 21:21

* 제목 : 지리산화대종주-짙은안개.비. 바람. 계곡에 흐르는 물
* 분류 : 대회후 참가기

- 장소 : 지리산 화대종주
- 시간 : 9시간 52분 (03:30 - 13:22:00)
- 거리 : 48km
- 종류 : 대회참가
- 페이스 : 12'20"/km
- 속도 : 4.86km/h

 

새벽엔 짙은 운무에 앞이 보이지 않고 아침엔 빗방울에 떨어져 시원해 좋았지만 너무 많이 맞고 있자니 춥구나.
천왕봉에서의 세찬 비바람에 정신줄 놓은 줄 알았고
대원사에 가는 등산로는 계곡으로 변해 버렸구나....

그간 오랜 준비를 했지만
7월 말 갑작스런 건강이상으로 몇일을 아파 누워있다
10일이 넘게 훈련을 못하고서 일주일전에 겨우 2차레 달리기를 하고서
14일 저녁 평택분들과 안성휴게소에서 버스 기다렸다가 지리산 화엄사로 향했다.

출발에서 부터 약간 시끄럽다...
뭐가 법이 그렇게 복잡한지
엥....

하여튼 조금은 아쉬움을 남긴채로 화엄사에서 노고단을 오른다.
헤드렌터관 손전등 2개를 켜고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안경을 벚어 손에 들고도 앞이 보이지 않아서 길를 헤메이기를 몇차레....

겨우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1시간 20분쯤에 도착했나보다.
이제 긴긴 주능선을 달려간다.
평소같으면 해가 떠서 날이 밝아 렌턴이 필요없겠지만
6시가 넘어도 어두워서 렌턴을 켜야 한다.

헌데 베낭속에 있는 핸드폰이 계속울린다.
처음은 알림이었지만 두번째 세번째 울리는 벨이 왠지 예감이 안 좋아 걱정이다.
내가 하는일이 항상 대기상태라서 왠지 불안감이 몰려와서
달리다 말고 잠시 서서 전화를 받았다.
예상했던대로 안성에 천둥번개가 쳐서 낙뢰영향이 있었는지 엉망이란다.
집에 있으면 당연 출동해야 하는데도 어쩌겠냐
직원들 총동원시키고 난 멀리 있어 갈 수 없다는 한마디만 남기고
핸펀을 그냥 베낭에 넣어버렸다.
나중에 보니 물이 들어가서 지금도 자동으로 전화가 걸리고 지날을 한다..

전화받는 사이 몇사람이 훽 지나간다...
뭐 오늘 화엄사에서 오르는 것을 보니 내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느끼고
일찌감치 욕심을 버린다.
또 자칫 미끄러져 지난번처럼 다친다면
아니함만 못하니....

세석쯤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주능선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등산객들이 간혹 한두명씩 있기에 다행이다.

어느분이 16번째라고 한다..
한명두명 따라잡는다.
이제 12번째...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34분에 오른다.
천왕봉 정상석이 왜 이리 반가운지
나도 모르게 힘껏 안아보았다..
사진이라도 찍고 싶지만 어찌나 비바람이 부는지
누구에게 사진 한장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가는 빰맞겠다...

이제 중봉지나 대원사로 향한다.
긴긴 코스다 천왕봉에서부터 15km
중봉을 지나고 나니 멀리서 누군가 가고 있다.
등산객이라면 벌써 내 눈에 보였을 텐데...

조금 속도를 내에 달리다 보니 앞서간다.
선두권이라서 쉽게 따라잡기가 힘들다...
잠시 쉬었다가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을 힘껏 달려 앞질러 간다.
대원사 계곡에 가니 비가 와서 등산로인지 계곡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간다.

처음 신발를 어떤걸로 신을까 고민했었다.
트레일런화가 3컬레지만 오늘 왠지 미끄러울것 같아 새신발을 택했다.
새신발이 고어택스였다.
비가 오면 고어택스는 좋지 않는데 하고서도 그냥 고어택스를 신고왔더니만
물이 들어가니 물이 신발속에서 빠지지 않고 잘도 놀고있다.
당연히 천근 만근이지....

약 8km 정도 남기고 갑자기 배가 고프고 힘이 쪽 빠진다..
이제 먹을거라고는 없다.
단지 하나 남은게 영양바 하나 ...
고것을 먹고 겨우 힘을 내고 있는데 좀전에 내가 앞질러 왔던 주자가 다시 나를
앞질러 간다...
에구...허기져서 더이상 못 따르겠다...
허기진 배로 조금 달리다보니 5명이서 몰려온다.
조금 같이 달렸지만 아직 내 몸은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하는 수 없이 먼저 보냈다...

그리고 또 한명이 보기좋게 날 앞서 간다...
열받지만 어쩌겠냐 내 몸의 한계를....
잠시 회복했더니 유평리에 다다른다..

도로구간이다..
다행이 날 앞서 가던 주자가 내 눈에 보인다..
난 이제 회복기다...
도로부분을 힘껏 달렸다.
앞서 가던분과 동반주를 할려고 했더니만 사양한다.
아마도 내 속도를 따르지 못할 것 같아서 이겠지...
먼저 간다고 하고서는 달리는데
환장하겠네 왜 이렇게 주차장까지 멀다냐....

결국 달리면 끝이 보인다...

긴긴 화대종주 최악의 조건에서
운무와 비와 바람과 그리고 계곡물과 싸투를 벌이면서
오늘 내생에 다시 없을 화대종주 달리기를 마쳤다.

달린시간 : 9시간 52분
달린거리 : 48km(대원사 주차장 골인)
순위 : 만족하지 못하지만 17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