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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제가 왔습니다.

쉼터·삶/내가사는이야기

by 마루금(김두영) 2004. 10. 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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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병사가 전쟁터에서 아버지가 죽어 가고 있다는 전보를 받았다.
      이 병사에게 남은 혈육이라곤 아버지 뿐이어서 특별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병사는 두려움 반 걱정 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기차를 타고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갔다.

         그가 병원 중환자실로 들어 섰을 때
      입에 산소 마스크를 쓰고 인사불성으로 실려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병사가 아버지인 줄 알고 가까이 살펴보니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전보가 잘못 전해진 것이었다.
      병사는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보호자도 없이 실려나가는 그 노인의 모습이 마치 아버지처럼 느껴졌다.
      병사는 뛰어가 말했다.
      “이 분은 얼마나 사실 수 있습니까?”
      “몇 시간 사시지 못합니다.”

      병사는 죽어가는 노인의 어디엔가 있을 아들을 생각해 보았다.
      어딘지도 모를 전쟁터에서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도 모르고 싸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있고 싶어하는 노인의 심정을 헤아렸다.

      병사는 앞으로 몸을 기울여 가만히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아버지, 제가 돌아왔습니다.”
      죽어가는 노인은 그 병사의 손을 꼭 잡았다.
      보이지 않는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는 그 노인의 얼굴에는 죽는 그 순간까지 잔잔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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