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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도 여행 사진 #2 - 아름다운 인도의 색감...

쉼터·삶/쉼터·좋은글

by 마루금(김두영) 2008. 7. 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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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Leh)의 라다크 왕궁 앞에서 만난 한 라마...

 

며칠동안 잠도 제대로 못잤고,

새벽녘에 도착해 극도로 피곤하기도 한데다,

이어지는 고산증세로 머리는 지끈지끈, 속은 울렁울렁...

그래도 열심히 걸어다닌다.

 

이제 여행의 초엽 무렵...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걸음 뗄때마다 고통이 수반된다.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라 그런지 숨쉬기조차 원활하지 않다.

특히 언덕배기를 오를 때면,

몇 번이나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도 또 몇 걸음 못가서 헐떡거리며 주저 앉는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르는데도 기어이 샨티스투파에 올라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고,

다시 레의 전망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남갈체모 곰파에 오르려고 라다크 왕궁까지 느린 걸음으로 왔다.

 

 

그곳에서 몇 명의 라마들을 만난다.

낯선 이방인에게 선뜻 "쭐래"라는 인사를 건내며 화사하게 웃는 그들 때문에 

여행의 부담감이 눈녹듯 사라진다..

따뜻한 짜이를 대접해주고, 달콤한 과자까지  건내는...

심성 착한 그들.

 

첫날부터 하늘빛이 너무 곱다.

그래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과 라마가 입고 있는 붉은 색의 법의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하늘을 닮은 그의 웃음이 여행 내내, 뇌리를 떠나질 않는다.

 

"쭐래, 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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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인근의 한 곰파(사원)

 

원래 틱세 곰파로 갈 예정이었으나,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레 인근의 한 곰파로 무작정 찾아가게 된다.

때마침  '부처님 오신 날' 법회를 하는 날이라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덕분에 용기를 내어 곰파 내를 구석구석 탐방하게 된다.

 

앞서 가는 비구니 라마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룽다 사이로 사라지는 게 문득 보인다.

잰 걸음으로 그들을 따라가 몇 컷을 날린다.

 

파닥거리는 때묻지 않은 신선한 햇살이 뜨락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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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인근의 한 곰파

 

우연히 한 라마의 손에 이끌려 법회에 참석을 하게 된다.

'부처님 오신 날'에 거행되는 마지막 법회가 바로 오늘이란다.

 

라마들이 줄지어 앉아선 법당에선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법회가 한창 펼치지는 중이다.

그들의 염불은 마치 음악 같아서 가만히 듣고 있으면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든다.

특이한 장단도 그랬지만, 각종 피리, 북, 징 같은 악기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리듬감이 있어 더욱 그럴 지 모른다.

 

어림짐작으로 레 인근의 곰파들은 대개 티벳불교의 계륵파 계통인 듯 싶다.

의례 때 쓰는 그들의 독득한 닭벼슬 모양의 모자를 보고 그렇게 유추할 뿐,

불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건 아니다.

 

그 화려함이나 신명나는 염불 장단으로 치자면,

마치 한국의 무당집같은 분위기다.

좀 더 엄숙하고, 좀 더 정적인 것을 제외한다면...

왠지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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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빠하르 간즈 뒷골목

 

델리, 빠하르간즈 뒷골목을 다니고 있는데 꽃으로 만든 예쁜 장신구가 푸른색의 벽에 걸려있다.

종교적인 의미인 것 같은데, 힌두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탓에 별 생각없이 셔터를 누른다.

 

눈길을 끄는 건 '내용'보다는 '외양'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알 수 없는 우문이 비로소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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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빠하르 간즈 뒷골목의 어느 사원 앞...

 

사원의 후미진 제단에 뭔가를 뿌려진 붉은 장미꽃잎과 촛불...

누구의 기원이 그렇게 간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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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다사스와메드가트...

 

바라나시에 가면 꼭 이 장면을 담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인도인의 간절함을 담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새벽부터 찾은 가트에선 그렇게 아낙들이 소망의 꽃잎을 강가강에 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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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다사스와메드가트...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신상이 놓여진 곳의 색감과 여인의 사리 색감이 너무 똑같다.

 

 

난 단지 그 주변을 서성거렸을 뿐인데, 행운같은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

어쩌면 이 마저도...

아주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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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리, 빠하르간즈에서...

 

시크교도의 300주념 기념 가두행진에서 잔뜩 더위에 지친 노인과 마주친다.

그의 얼굴에선 귀찮은 기색이 역력하지만 굳이 카메라를 외면하진 않는다.

 

 암리챠르에 있는 골든템플까지 가야 하는 아주 먼 여정이라는고 들었는데,

벌써부터 지치시니 내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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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다사스와메드 가트에서...

 

이방인의 입장에서

수많은 인도의 신들을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나는 무신론자가 아니던가.

언제부터인가 종교적인 부분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 관찰하듯 바라보게 되었다.

 

어쩌면 어느 종교에도 속하지 않음으로 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적 사고의 폭은 넓은 셈이다.

인식되는 많은 것들을 내 스스로 판단해버리는 오류는 가능한 한 배제하려고 한다.

 

 

종교를 믿음의 대상으로 받아들이진 않지만,

간절한 믿음으로 가득한 그녀들의 독실함은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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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다사스와메드 가트에서...

 

건기라 그런지 강가강이 바짝 말라 있다.

게다가 아침 6시부터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 때문에 순례자들마저 일찍 끊긴 탓인지,

 어느새 메인가트라고 불리우는 다사스와메트 가트 주변의 상가는 썰렁하다. 

 

햇살의 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마치 뭉툭한 햄머로 살갗을 쉴 새없이 내리치는 것 같다.

자잘한 더위 정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달궈진 지열은 숨쉬기조차 힘들정도로 뜨거워서, 한낮에는 차마 돌아다닐 수 없다.

 

더위를 피해 바라나시에서 고작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먹고, 마시고...

그리고 내내 상념하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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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구미꼬 GH 바로 아래에 작은 사원이 있다.

'이모짱'에서 3루피짜리 짜이를 한 잔 하면서 멍하니 강가강을 바라보다 더위가 심해지면 숙소로 가게 되는데,

바로 이 사원 앞의 계단을 이용하게 된다.

 

문득, 두 녀석이 내 카메라와 장비를 보더니 배시시 웃음을 짓는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거다.

 

내가 원하는 사진이 아니면 잘 찍지 않는데다,

아이들 사진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외면하기 일쑤였는데...

이번엔 녀석들이 기대 서 있는 기둥이 슬쩍 자극을 준다.

 

카메라를 들자,

한 녀석의 표정은 샐쭉해지고,

또 한 녀석은 꽤나 부끄러운 웃음을 띈다.

 

LCD로 녀석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각자 녀석들에게 사진 한 장씩을 인화해주면

녀석들은 횡재라도 만난 것처럼 즐거워 한다.

 

그러고도, 녀석들은 고마움을 표시할 줄 모른다.

단지, 즉석에서 뽑아주는 사진이 신기해서 웃고.

자신들의 어색하고 생경한 모습에 부끄러워 할 줄 아는 게 고작이다.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좀 해라..."

 

슬쩍 한국말로 그렇게 말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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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르나트에서...

 

이번 인도여행에서 내 일정은 너무 간단했다.

 

20여일 있으면서 델리, 레, 바라나시, 아그라가 전부

 

 

물론, 레에서 판공초나 알치 등을 다녀오긴 했고,

델리에 와서도 물론, 빠하르간즈 뒷골목은 줄기차게 돌아다녔지만 빠하르간즈 주변을 거의 떠나질 않았다.

 

 

바라나시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반나절치기 사르나트 여행을 다녀왔다.

푹푹 찌는 폭염과 풀풀 날리는 먼지를 맞으면서 다녀온 사르나트 여행은 생각만큼 유쾌하지 않았다.

 

 

유적지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라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지랄같은 더위가 모기나 파리보다 더 극성이었다.

게다가 가끔씩 달라붙는 고약한 삐끼들 때문에 여행 시작한 지 얼마되지도 않아 녹초가 되고 말았다.

 

 

물이 필요하다고 울부짖는 여자 일행들의 애절함은

마침내 주변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인 아낙에게로 옮겨졌다.

아쉽게도 근처에 마실 물은  없단다.

 

정수리끝에 와닿는 무시무시한 햇살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제법 먼 거리에 있는 매점까지 다녀올 용감한 전사는 없어보였다.

그냥, 목마름에 시달려 보기로 했다.

 

인도인 아낙이 서 있는 곳은 다멕 스투파 앞을 가로지르는 철책...

철책을 사이에 두고, 아낙의 눈빛을 담았다.

 

그녀에게 건낸 건 600원 짜리 폴라로이드 사진 하나.

뜻하지 않은 선물에 꽤나 유쾌해진 건 더위에 지친 우리가 아니라, 바로 그녀였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구슬처럼 카랑카랑하게 햇살 위로 미끄러져 갔다.

 

사르나트에서 찍은 단 장의 사진.

 

"아차해(좋아요)?"

 

나는 아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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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리, 빠하르간즈에서...

 

어느 헤나집 앞에 멈춰섰다.

 함께 있던 일행들이 헤나를 하고 싶다고 해서 가격이라도 물어볼 참이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싼 탓에 흥정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그 헤나집을 찾아들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소녀.

헤나를 배우고 있었던지, 나무 판에 뭔가를 잔뜩 그려넣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소녀의 엄마가 그 모습을 보면서 엷은 미소를 짓는 모습이 인상적이던...

 

분홍색 사리만큼 화사하고 예쁜 소녀...

소녀의 눈망울에선 연신 열정이 뚝뚝 묻어났다.

 

문득 잃어버린 젊은 날의 내 열정이 그립다.

그렇게도 찾고자 했던 젊은 날의 내 메시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결국 고단한 일상의 삶 속에 묻혀 이제는 기억도 못 할,

그런 운명이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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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빠하르간즈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만수네'에서 짜이를 마신다.

그 좁은 골목의 한 켠에 앉아서 뜨겁고 달콤한 짜이를 마시면서 비로소 인도에 왔음을 느낀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가끔 대화할 동행이 있어 즐거운 짜이 마시기.

나름의 방법대로 인도를 즐기는 중이다.

 

"만수네"로 들어가는  골목은 막혀 있다.

 

자칫 단절이 주는 불안감과 공허감에 빠질 때도 있지만,

때론 수많은 소통과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나로선 그 단절이 주는 미학을 외면하기 일쑤였다.

 

 

언제부터인지 내 여행은 그랬다.

무질서하게 열려진 세상으로부터 흐트러진 나를 찾아가는 가벼운 스트레칭같은 것이라 여겼다.

40대가 가지는 이 사회의 중압감으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잠시 떠나고 싶었고,

잠시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스스로를 짧게나마 가두고 싶었은 지도 모른다.

 

 

좀 더 거창하게 애기하자면,

자아를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일환 쯤으로 치부해두고 싶다.

 

단절된 골목 끝에 걸린 몇 점의 의상이 참 아름답다.

그래, 여행은 내 삶에 한 번씩 주어지는 색다른 즐거움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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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빠하르간즈의 '쉼터' 입구에서...

 

 

때론 화려하고 눈에 띄는 색감보다도

 은근함을 부추기는 과장되지 않는 색감에 눈이 갈 때가 많다.

 

낡고 오래되어  탈색된 보라색 느낌의 벽...

칠이 다 벗겨져 이미 남루해져버린 문.

켜켜히 쌓인 세월의 때들...

 

더위에 지친 남루한 개 한 마리가 낮잠을 자는 이 골목의 풍경이 왠지 낮설지가 않다.

 

 

 

 

 

 

출처 : 인도방랑기
글쓴이 : 푸른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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