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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울리는 고리대 CF

쉼터·삶/잘 살아보자구나

by 마루금(김두영) 2008. 7. 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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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울리는 고리대 CF

“아이가 아플 때 대부업체로 가보라고요?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그래요”

…고리대도 골라주는 세상, 급전 필요할 때 사채 대신 긴급지원제도 이용해야


“아이가 아팠습니다. 친지도 친구도, 그저 미안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아픈 아이의 병원비를 대부업체에서 빌렸다는 내용의 광고 문구다. 그 흔한 연예인 한 명 내세우지 않고, 다만 엄마의 마음을 교묘하게 선전에 이용했을 뿐이다. 하지만 치료비가 급한 엄마로서는 마음이 흔들리고, 연66%의 고리대라도 빌려야 한다는 현실에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하루만 늦어도 빚 독촉 문자메시지 쏟아져


민생지킴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경기도 파주에서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는 박모씨가 대부광고 CF를 규제하라고 항의하는 전화였다.


“어린이가 아파서 병원비가 필요하면 대부업체로 가보라고요? 대부업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박모씨는 제2금융권 대출을 갚기 위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형 대부업체 두 곳에서 200만원~3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리 빚을 고리 빚으로 ‘돌려막기’ 위해 대부시장을 찾는 사람이 전체 이용자의 41%에 달한다). 이자율이 높았지만 연예인이 나오는 광고라 안심하고 빌렸다는 것이다.


“하루만 연체가 되어도 ‘연체입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엄청나게 들어오더군요(한 대형 대부업체는 불법추심 매뉴얼까지 내부적으로 운영 중이다). 정신적 압박감 때문에 육체까지 못쓸 지경이었어요. 아무리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도 대부업체 광고만 믿었다가는 큰일 납니다. 대부업체 CF를 좀 못하게 해주세요.”

 

 

[[ 민생지킴이의 TV대부광고·허위과장 대부광고 규제 캠페인. 프랑스는 시장평균 이자율의 1과 1/3배, 독일은 평균금리의 2배가 넘는 금리는 무효이고 형사처벌도 받는다. 우리나라는 고리대에 너무너무 관대해~ ]]  


서울시·금감원은 책임 떠넘기기만


박씨는 서울시청 민원실에 대부광고 규제에 대한 민원을 넣었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금융감독원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금감원 역시 “우리 담당이 아니다”라며 오리발만 내밀었다. 여기저기에 하소연을 내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씨는 마지막으로 민생지킴이를 찾은 것이다.


사실 아이 병원비가 급히 필요한 엄마라고 해도 아무나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06년 현재 자산 70억원 이상인 17개 대형 대부업체는 연66%의 고리대를 부과하면서도 대출 승인율은 30% 수준이었다. 열 명 중 일곱 명의 서민들은 대부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병원비 CF를 낸 업체도 대형업체에 포함된다.


한마디로 ‘고리대도 골라 주는 세상’인 것이다. 대형업체를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은 중소 대부업체나 무등록 사채업자를 찾아야 한다. 이 경우 평균 대출금리는 연168~192%로 치솟는다. 대부시장 이용자는 평생 채무의 노예로 살 수밖에 없으며, 사채 때문에 일가족 집단자살 같은 극한의 선택을 한 가정도 적지 않다.


위기시 생계비나 의료비 무상 제공하는 긴급지원제도


문제는 병원비 같은 급전이 필요할 때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법 제도가 있음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생활상의 위기가 발생할 때 생계비나 의료비 등을 무상 제공하는 ‘긴급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한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의료비를 감당하기 곤란한 사람이나, 과도한 의료비를 낼 수 없는 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은 300만원의 범위에서 의료부담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위기상황이 계속될 경우 1회 추가지원도 가능하다.


아직 긴급지원제도가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고 지원대상이나 금액도 늘려야겠지만, 어려운 처지의 서민으로서는 대부업체보다 이용조건이 유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서민들의 이용이 늘어야 제도 자체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연예인 광고, 무이자 광고, 어린이 채널광고 등 대부업체 CF가 한창 기승을 부렸고, 서민들의 원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대부광고는 나아질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꿈 많은 어린이들이 ‘무이자송’을 흥얼거리고, 엄마는 아이를 위해 고리대를 이용하라고 독려 받는 현실. ‘사채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 긴급지원제도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안내전화 129번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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