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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잠자리가 꿈을 개웠네

쉼터·삶/쉼터·좋은글

by 마루금(김두영) 2004. 10. 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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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 잠자리 한 마리가 15층 아파트를 질러서
     허둥 지둥 비틀 비틀 취해서 간다
     내 추억을 허공에 그리며 간다.

     그 때,비 그치고
     서녘 하늘에 무지개 꽃 필 때
     저기 저 고양이 눈 닮은 고추 잠자리는
     수천 개의 눈을 달고
     서러웠던 그 날,B-29 폭격기가 푸른 하늘에
     새까맣게 깔렸던 그런 모습으로
     들녘 논고랑 풀잎 위를 맴돌고 있었지.

     난,잠자리 채를 손에 들고
     잠자리를 향하여 펄떡 휘저어 보기도 했고
     무지개 꽃 따러도 다녔고
     물 속에 빠진 달도 건지려 해 보았네.

     무언가를 따보려고 들녘을 쏘다녔던
     내 어릴 적 모습을 그려보네.

     무지개 꽃도 따지 못하고
     물 속 달도 건지지 못했지만
     그 잠자리 채로 잡은 고추 잠자리 몇 마리
     내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었네.

     아련히 먼 고추 잠자리,이제 와서
     아련히 저 멀리로 날아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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