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잠자리 한 마리가 15층 아파트를 질러서
허둥 지둥 비틀 비틀 취해서 간다
내 추억을 허공에 그리며 간다.
그 때,비 그치고
서녘 하늘에 무지개 꽃 필 때
저기 저 고양이 눈 닮은 고추 잠자리는
수천 개의 눈을 달고
서러웠던 그 날,B-29 폭격기가 푸른 하늘에
새까맣게 깔렸던 그런 모습으로
들녘 논고랑 풀잎 위를 맴돌고 있었지.
난,잠자리 채를 손에 들고
잠자리를 향하여 펄떡 휘저어 보기도 했고
무지개 꽃 따러도 다녔고
물 속에 빠진 달도 건지려 해 보았네.
무언가를 따보려고 들녘을 쏘다녔던
내 어릴 적 모습을 그려보네.
무지개 꽃도 따지 못하고
물 속 달도 건지지 못했지만
그 잠자리 채로 잡은 고추 잠자리 몇 마리
내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었네.
아련히 먼 고추 잠자리,이제 와서
아련히 저 멀리로 날아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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