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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손

쉼터·삶/쉼터·좋은글

by 마루금(김두영) 2004. 12. 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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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있었던 갖가지 사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
조각 구름들이 하늘을 온통 덮고 있는 12월의 오후 입니다.
차가운 겨울 날씨에 콧등이 빨개진 어린 아들은
젊은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새롭고 넓은 세상에 나아갈
학원 차를 기다리며 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투박한 아버지의 손과 고사리 같은 어린 아들의
따스한 교감은 얼마나 오랜 동안 그들의 기억 속에서 추억으로 남아줄까요.

어린 아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삶에 지쳐질 때마다
따스함으로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을 기억할 것이며,
젊은 아버지는 더 이상 세상과 싸울 수 없어질 때면
작고 앙징스럽던 어린 아들의 손을 추억하며 작은 힘을 얻게 되지는 않을런지요.

 

나 또한 저렇게 젊었던 아버지의 손을 잡고
햇살이 따스한 봄날과 비바람 치던 여름과
낙엽이 지던 가을 어느 하루를 보내던 기억이 이리도 가슴 속에 또렷하건만..
내 아버지는 이미 노쇠하여 마른 장작처럼 가냘퍼 지시고
바람 부는 황량한 들판에 홀로이 서 계십니다.
누군가에게 높은 산이 되고 넓은 바다가 되어 
끝없이 보듬어주고 품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내 아버지 그리고 내 어머니였다는 걸

저 코끝이 빨간 어린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젊은 아비에게서  다시 기억되는 건
그동안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잊고 지낸
못난 자식을 깨닫게 하는 보이지 않는 인연 줄의 당김이었나 봅니다

 

벼랑 끝에다 세워서
세상을 향한 날개를 퍼덕이게 하던 어미 새처럼
황량한 도회지로 육남매 모두를 내보내고
오롯이 두 분만의 삶을 꾸려 가시는 부모님께 전화를 해 봅니다.

제 세상을 찾아 나선 자식들의 손을
잡을 수도 없어진 회색빛 어느 날
팔순이 되시도록 탈 없이 건강해주셔서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건만 이제 살아내신 삶도 지쳐진 듯 여의치 않으십니다.

 

따스한 손 맞잡아
세상으로부터 온전하기를 기원해 주시던
내 아버지의 온기가 희미해 질만큼
이미 세월도 흘러가 버리고
내가 서 있는 곳도 이미 너무나 먼 곳이라 마음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앙상해진 아버지의 손을 잡을 수는 없지만
아득한 기억 속을 더듬어
어느 젊은 날의 하루를 의지하여 초롱한 눈빛을
나누던 어린 아들을 기억하며 만수를 바랄뿐입니다.

 

오늘 햇살좋은 12월 부모님께 안부묻는 아름다운 효자녀

되시길 바랍니다.

생각하는오뎅 이곳에 인사 대신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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