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비슬산의 아침은 조용하였다..
산 정상이라서인지 바람이 불어 반필티를 입은 난 조금 춥다는 느낌이다.
온 세상이 조용한 아침, 인적이 없는 아침
오직 바람소리와 까마귀 소리뿐
그리고 산 정상에는 비슬산 참꽃이 아름답게 이제 막
떠오르려는 해와 함께 자태를 자랑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리가 들린다...
흐~~후~~흐~~흐~~후~~후
가쁜 숨을 내품으며 비슬산 정상을 향하고 있었다.....
아~~~이 ~~~쓰 ~~~ 팔~~~~
아~~~이~~~씨~~~~
이게 도대체 뭐하는 거야.???
내가 왜?...무엇 때문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거야....
내가 지금 인간이야.....
그렇다.......
15시간 38분 동안 난 인간이기를 거부했었다.
D-8개월
난 마라톤에 입문하여 아직 풀코스도 뛰어 보지도 않았다
다만 하프코스 몇번 그리고 2006년도 9월에 있는 금수산 산악마라톤을 준비하고 있었다.
산악마라톤을 검색하다가 대구 9산 산악마라톤을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의 가장 감명깊었던 것은 아름다운 1위였다.
제 1회 대회는 74.8km로 대회를 처음으로 하였다.
비가 오는날 3명이서 손을 붙잡고 결승점을 들어오는 사진을 보고서
꼭 내년엔 이대회 참가해야 겠다고 결심했었다.
D-3개월
대회의 참가는 이미 결정했었고 수시로 대회에 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마라톤 풀코스 및 훈련은 대구 9산종주 울트라산악마라톤에 맞추기로 하고서
훈련과 대회를 출전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것은 산악마라톤에서 코스를 잘 알아야 한다.
가까운 거리라면 한번쯤 답사해 보거나 사전주를 하면 좋으련만 거리가 멀어 사전주를 포기하고
코스를 머리속에 넣어 두는 것이다 .
그래서 사무실 컴퓨터와 집에 있는 컴퓨터의 바탕화면은 구산 종주 코스도를 배경으로 지정하여
매일 컴퓨터를 할때마다 머리속에 코스도를 숙지하게 되었다.
D- 1개월
대회참가신청을 하고서 열심히 훈련중이다.
이미 그동안 산악훈련을 목적으로 금북정맥산행을 하루 당일코스로 35km 이상 베낭을 메고서
일반산행보다 빨리하여 체력을 다져본다.
D - 3주전
4월 2일 전날 코리아오픈 마라톤 풀코스를 마치고서 업무상 출근하여 불행하게도 민원인하고 부딧쳤다.
치고 박고 때리고 싸우지는 않았지만 밀치는 바람에 나의 왼쪽 가슴을 다쳤다.
첫날은 몰랐는데 다음날 되니 왼쪽 가슴이 아파온다.
괜찮겠지....
몇일 지나면 좋아지겠지
이게 나의 큰 실수다...
그리고 약 1주일 정도 있으니 통증이 없어 예전처럼 천천히 훈련을 했었다.
그리고 산악훈련도 한두차레 했었다.
아뿔싸.......
이렇게 난 운동을 재개 했지만 가슴의 통증을 더해간다..
그래서 이제 훈련은잠시 접기로 했다.
어떡하냐....
다음 4월 22일 경기마라톤보다는 4월 28일의 대구 9산종주울트라 산악마라톤이 걱정이다.
그때까지 몸이 괜찮아야 할 텐데.....
D-1주일
4월 22일 수원에서 경기마라톤을 겨우겨우 마친다..
가슴에 파스 붙이고 압박붕대를 감았지만 붕대가 내려가서 풀어 버리고 천천히 뛰었다.
기록은 가장 늦은 4시간 1분..사실 35km 쯤 부터는 운동부족으로 힘이 없어 걸어야 했다.
걷고 뛰고 걷고 뛰고.....
하루를 쉬고서 화요일날 안성에 있는 고성산을 걸어서 산행을 해보기로 했다 .
처음에는 그냥 걸어서 올라 갈려고 했었는데 몸이 좀 좋아진것 같아서 고성산을 달려
약 1시간 30분동안 훈련을 했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로 한시간 30분 동안 뛰어서 산악훈련을 했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는 가슴이 무척 아프다...
좀 쉬어야 하는데...
아래 글은 그날의 나의 4월 26일날의 훈련일지다....
"마지막 훈련일 가슴이 아파서 포기하다.... "
어제 그제 이틀동안 심하게 운동을 했는지 가슴이 아프다...
오늘도 퇴근하여 옷을 갈아 입고 베낭을 메고 출발하는데
왼쪽 가슴이 아프다...
괜찮겠지 하고서 올라 간다.
힘을 주면 다시 움찔 하고 아프다...
이런 어떡하냐..
이런 어떡해...
이틀 후면 경기날인데..
정말 할 수 있을까..
걱정이 하늘만큼 이다.
조용히 천천히 걸어서 올라간다.
힘들지는 않지만 숨을 크게 쉬지 못하면서 오르고 있는 내자신에게 묻는다.
오늘은 그냥 쉬어라...
오늘은 그냥 쉬어라....
그래...
오늘은 쉬자..
정상까지 갈려고 했지만 그것도 포기하고
내려왔다 ...
오면서 약국에 들려 파스 두개를 사와서 지금 붙이고 있다..
그리고 붕대를 혹시나 해서 사왔다..
대회 당일 날 아무래도 가슴에 붕대를 감아 주는게 좋을 것 같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
D-1일
대회가 내일이다.
대회날 준비해야 할 목록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다만 가슴이 아파서 걱정이 되어 어제 약국에서 사온 파스와 붕대를 베낭에 넣었다.
영양제 및 파워젤 등 그리고 건전지 등을 체크하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약 1주일 전부터 코스분석에 들어 갔다..
고글지도를 보고서 코스를 파악하고 혹시나 지름길은 없냐...
역시 지름길은 없었다.
코스의 고저도를 보고서 나의 예상 레이스를 눈을 감고 해 본다...
나의 목표
홀로 코스도와 코스고저도를 분석하고 대회날 기록을 설정해 본다.
나의 첫 목표기록은 12시간 30분이다...
하지만 지난해 1위를 한 사람이 14시간 32분 그것도 올해보다 5.2km가 짧은 코스여서
나의 기록목표가 너무 터무니 없는 것일까..
또 나의 몸도 좋지않고 훈련도 마지막에는 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래서 다시 설정해 본다.
13시간 40분의 나의 예상목표였다
준비물
복장 - 하의 스타킹 , 상의 반팔티( 대회지급품)
신발 - 울트라 산악용 미즈노 신발
모자 - 흰색계통 - 예비용 렌턴 챙에 끼울것
장갑 - 등산용
베낭 - 울트라용 16L (물빽에 호스까지부착된 것)
깜박이 - 베낭에 부착(1개만하고 앞부분은 모자챙에 있는 켓츠아이로 대용한다.)
헤드렌턴 - 3W 1개 (헤드렌턴을 최대한 밝은 것으로 해야했다 실제 저녁 훈련을 해보아서 구매한것임)
손수건 1개
건전지 3개 예비용
휴지 1개
휴대폰 - 예비용 베터리 1개
일회용 밴드 및 진통제
압박붕대 - 가슴이 아파서 특별히 준비한 것임
우의(비닐우의 초경량)
양말 예비용
지도 및 코스 설명서
영양제 - 영양젤 5개
사탕 5개
영양갱 3개
에너지업 3 물통에 희석하여 준비
현금 별도로 3만원 경기복에 넣어갈 것
슬림방지크림 - 출발전에 예상 부위 바를 것.
테이핑할 테이프 - 발바닥 및 발가락, 양쪽발 무릎보호용
기타 - 차량에 여벌옷
물 한병 1.8L
당일 식사용 라면과 물 그리고 코펠 및 가스렌지 등 준비하여
대회날
오전에 아이들하고 아내하고 마트를 다녀오고
시원한 물냉면 한그릇을 사먹고는 집으로 왔다 .
옷을 챙겨 입고 준비한 물품을 차에 실고서 대구로 향한다.
안성 같은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함이 있어
내 차랑으로 이동한다.
가면서도 오늘 알바를 하지 말아야 한다.
알바는 곧 실패다 라고 다짐 또 다짐해 본다.
그런데 대구 가면서 고속도로에서 알바를 해버렸다.
다시 올라와서 대구 월드컵 경기장 자동차 극장까지 가니 시간은 넉넉하다.
대회 운영자님 몇 분만 계신다 .
처음 보지만 그동안 9산 종주 홈페이지에서 많이 본 분들이며,
함께 참여하신 분들도 얼굴은 모르지만 이름을 보니 반갑다...
먼저 차에서 발에 테이핑을 한다.
지난번 물집이 잡혀 아직 아물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 부분에 테이핑을 하고 발바닥에서 종아리까지
또 무릎의 외쪽이 통증이 있어 외측 테이핑을 한다.
대회본부에 접수를 하고 윗 반팔티를 받아서 갈아 입고
그리고 탈의실에가서 타이즈로 갈아입고
압박붕대를 가슴에 감았다.
베낭을 메고 대회 출발을 기다린다.
서로 인사도 나누고 서로에게 화이팅을 외쳐 주기도 한다...
자기하고의 싸움이지만 9산 종주는 혼자만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하는 그런 대회인것 같다.
잠시 기념촬영도 하고....
출발
20시 사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대회 안내를 듣고서 출발 신호와 함께 힘껏 나가 본다 .
첫 출발자들이 아직 정확한 길을 몰라 허둥대다가 다시 앞으로 나간다.
월드컵경기장에서 시내 도로를 레이스할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놀랬을 것이다 .
110여명이 베낭 앞과 뒤에 깜빡이를 켜고 머리 위에는 헤드렌턴을 켜고 시내를 주행하는데....
난 산악마라톤의 특징을 잘 알기에 처음 몸이 덜 풀렸지만 성암산 입구까지 전력질주 하여
선두권을 유지했다.
성암산(469m)
시내 도로 레이스를 마치고 성암산 능선을 오르기 시작한다.
선두에서 6번째
하지만 나의 종아리의 근육을 찢어지듯 아프다...
오버페이스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첫 성암산에서 선두권을 유지 못하면 오늘 레이스는 실패다 라고 생각하고 죽자 살자
올라 간다...
헌데 앞에 가는 사람들 정말 무지 빠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난 뒤를 돌아 보았다.
정말이지 대구시내의 야경은 그야 말로 환상이었다.
그리고 내 뒤를 이어 머리에 렌턴을 켜고 올라 오는 기다란 줄을 보고서 ...
가슴에 압박붕대를 감고 산을 오르기가 힘들다.
숨이 쉬기 불편하지만 통증을 덜 하였다...
땀에 젖는다...
숨은 더 쉬기 힘들고, 가면서 붕대를 풀어버리고 손에 들고 간다.
붕대를 풀어버렸더니 가슴이 조금 아파온다
다시 감을 수는 없고 한번 그냥 가 보자...
다행히 몸이 열이 받고 계속 레이스를 하니 가슴의 통증을 모르겠다..
다시 앞으로 나간다...
정상쯤에 오르니 앞에 계신분들이 속도를 주춤한다.
첫번째 참가자는 벌써 20-30m 앞서 가는데..
평소 산행을 많이 하였고 산에 오르는 것은 남들보다 빠르게 올랐지만
그동안 부상으로 훈련하지 못한게 오늘 이렇게 힘들게 오르게 되는 것 같다.
결국 성암산 정상까지는 그렇게 첫번째 2명의 참가자 뒤를 이어 우린셋이서 선두권을 바짝 따랐다.
약간의 여유를 가지면서 서로 얘기도 나누고....
목표시간보다 빠르게 달렸다...
병풍산(428m)
병풍산까지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성암산에서 내리막길에 임도가 있어 임도를 힘껏 레이스해본다.
먼저 함께했던 황보태홍님과 최성열님이 주춤 하는 바람에 내가 앞장 서서 홀로 방화선을 타고서 내려간다.
잠시후 임도를 만나 계속 달렸다.
아무도 없다 .
앞에가는 선두는 보이지 않고 뒤에도 아무도 없다.
내가 이길로 가는 것이 맞는지 의심에 되어 속도를 주춤하기도 했다..
다시 오르막길 조금 힘들다...
속도를 낮추었더니 뒤에 불빛이 하나 보인다.
계속 따라오지만 날 그냥 앞질러 가도
난 그냥 걷다가 달리다가 했다.
최성열님이다..
대단하시다...
줄곧 쉬지 않고 오르막길에도 쭉 레이스를 한다는것은 ..
10.6km
병풍산초입...
그리고 홀로 비내고개...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지 조차 짐작하게 힘든 상태 무조건 달린다.
그러다가 안내표지판이 나오면 더 힘껏 달리고.....
이제는 앞에도 뒤에도 아무도 없다 홀로 달빛에 달님과 벚삼아서
그리고 시원한 숲속의 향기와 함께
상원산 초입까지 홀로 임도를 주행했다...
상원산(669m)
이제 임도는 끝이나고 좁은 등산길...
여기가 어디쯤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다만 대회 준비하시는 이태재님이 힘들게 붙여 놓은
야광테이프가 헤드렌턴불빛에 비치는 곳으로 방향을 잡아
좁은 등산길을 향한다..
다시 내리막길 곧 팔조령이 다가온다.
내리막길은 시멘트 도로라는 것을 미리 알고서 최대한 발이 떨어지는대로 주행했다.
앞으로 꼬꾸리지지 않을 정도로
내려가니 주변이 숙박시설이 있고 곧바로 도로가 나온다..
내리막길이고 속도가 붙은 상태라서 도로 옆에 설치된 주로표시를 보지 못하고 도로까지 진행해
버렸다.
이상하다..
잠시 주춤하고 뒤에 오는 사람을 기다린다..
조금 기다리고 있자니
두분이서 내려온다...
조태수님하고 다른 분(기억이 나지 않는다) ..
나에게 이길이 맞냐고 물어본다...
나두 몰라서 서 있다고 했더니
서로 잠시 멈침 하더니 앞으로 가보자고 한다..
그런데 천만 다행은 먼저 갔더 서울 참가자(아마도 이광준님인 것 같다)가 다시 뒤로 돌아 온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뒤로 다시 오는 거란다.
전화 해 보니 도로에 표시가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 가까이 가 보니 바닥에 노란색 스프레이와 옆에 울트라 화살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런 이것을 보지 못하다니
사실 약간 정면에 표시가 되어야 하는데 왼쪽으로 있어서 밤 중에는 표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다시 5명이서 팔조령으로 향한다.
도로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이어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 간다.
그런데 걸음 걸이가 보통 빠른것이 아니다.
걷고 있는지 뛰어 가고 있는지 구분이 안된다..
사람들의 걸음 걸이는 아니다...
팔조령에 첫 주자가 2시간 50분이고
우린 3시간 10분에 도착했다.
나의 목표시간 보다는 빠르게 진행했다.
물론 목표시간 자체가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국밥을 먹고 다시 스트레칭을 하고서 함께 올라 간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다음 레이스를 위해서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밥도 맛있고 특히 오이소박이는 정말 일품이시다...
이런 밥을 먹고 좀 쉬어서 인지 근육이 굳어 버린것 같다.
발이 무지하게 아프고 오르막길이 힘들다..
그래서 뒤에 오시는 분들을 약 10여명을 먼저 보내야 했다...
삼성산(668m)
이제 부터는 내 정신이 아니다...
시간도 4시간 ~ 6시간 흐르고 있었다..
팔조령에서 어느정도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니 내 발의 종아리 근육도 풀렸다.
다시 내리막길 앞에 가던 몇사람을 앞질러 간다..
그리고 얼마나 지나사 또 다시 높은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고
주로에는 통점령 방향을 표시하고 있었다.
무조건 달렸다...
발도 몇번을 접지르고...
발은 달리다 보니 아픔은 사라지고 ..
얼마쯤 달렸을까..
으 ~~~ 윽....
아~~이~~~쿠......
나도 모르게 아이쿠 소리를 질렀다...
오른쪽 발끝에 돌뿌리를 채인것이다..
앞으로 몇발자국을 꺼꾸러 질 뻔하다가
간신히 넘어지는 않았지만
그 아픔이야 말로....
지금도 오른쪽 엄지 발까락이 멍하다...
문제는 건전지 수명이 다해 가는 것이다..
약간 어두워서 레이스를 하기 위해 렌턴의 초점을 멀리 하였더니
가까운 발 아래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모자 챙에 끼운 예비용 켓츠아이 렌턴을 켰다.
주변이 휀하다..
통점령의 갈대밭길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뒤에 누가 오냐 보아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홀로 레이스를 얼마나 했을까...
무서움도 없다..
어쩔땐 헤드렌텐의 나무가지와 나무잎에 불빛에 비춰 그림자에 놀라기도 하고
실제 어디선가는 뭔가 시꺼먼것이 훽 지나간다..
온몸에 싸늘한 전율이..쫙 흐른다...
그리고 전방에 불빛이 야광테입 불빛인줄 알았는데 동물의 눈빛이었다...
난 그동안 산행을 할 때 대체적으로 홀로 산행을 많이 했다.
어쩔땐 하루종일 산에서 한 사람도 만나지 않을 때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무서움도 두려움도 조금 덜 했다....
저 멀리 앞에서 깜박이가 있다..
다시 앞사람을 따라 잡고....
헐티재 CP
출발 후 7시간 47분
헐티재에 다가온다...
팔조령에서 먼저 보낸 분들 중에 3명을 앞질러 가고서 그러면 내 앞에 약 9명정도 있을 것 같다..
헐티재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주차장과 도로가 눈앞에 보이지만 내려가는 길을 잃었다.
처음 직진했더니 낭떨어지 ...
왼쪽으로 가니 강동섭님이 길이 아니다고 뒤로 올라 오고 있다.
다시 길을 찾고 있으니 오른쪽 통신기기 뒤로 길이 있었다.
헐티재에서 다시 국밥을 한그릇 먹고 물한병을 한숨에 다 마시고서
김밥 한줄과 물 한병을 베낭에 넣는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헐티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곧 출발한다.
비슬산(1083m)
오늘 9산 중에 제일 높은 산이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비슬산....
헐티재에서 약 4.4km의 오르막길...
식사를 하고 다시 오르려고 하니 또다시 내 발의 종아리 근육을 당긴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힘껏 오르막길을 올라본다.
뒤에 따라오는 강동섭님을 한참이나 앞섰다..
하지만 얼마쯤 갔을까...
비슬산 정상에 다가갈때 나도 이제 지쳤다.
뒤어 오던 강동섭님이 나를 앞질러 간다.
조금 있다 보니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조용한 비슬산 그렇지만 정상이라서인지 찬바람이 분다.
반팔티의 내 몸은 땀은 나지 않고 조금 춥다는 느낌이다.
대견봉의 표지석이 보이고 또 주변에는 참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해는 떠오를려고 한다.
대견봉에 오르니 아침 6시 10분이다..
그럼 4.4km의 오르막길을 1시간 조금 넘게 올라온 것이다 .
대견봉의 아름다움도 뒤로 하고 다시 내리막길의 레이스를 펼친다..
청룡산(794m)
비슬산 지나면 오르막길은 그렇게 없는 줄 알았다.
내리막길을 순식간에 내려오니 청룡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나긴 능선길이다.
무려 11.6km
지친다...
코스 설명서를 보아도 비슬산에서 용지봉까지는 거의 내리막길이라고 했는데..
속았다..
청룡산의 오르막길은 험난하다.
발은 이제 내 머리속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앞으로 내 밀어도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내리막길은 뛰어 본다...
얼마쯤 가다보니 반가운 분들이 있다.
대구앞산의 이정표만 보고 달리다가
런클팀의 따뜻한 커피한잔을 마시며 잠시 얘기를 나눈다..
내가 4번째라고 한다..
아닐텐데...
3번째 주자가 금방 떠났다고 한다..
아닐텐데..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벌써 맨 선두권의 주자는 그분들이
오기 전에 먼저 달려가 버린것이다..
청룡산에 다가 왔을때 내 앞에는 높은 산이 하나 보인다..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설마 저기가 청룡산은 아니겠지...
하지만 나의 설마는 현실로 다가 온다..
지나는 등산객에 물어보니 저기가 청룡산이 맞단다...
이런....
이런....
저기를 어떻게 올라가나......
산성산(653)
청룡산를 지나 산성산 정상으로 향한다..
내 앞에 가는 두 사람은 나하고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엎치락 뒤치락 한다.
그 뒤에 조태수님이 부지런히 따라 오고 있었다..
힘들게 봉우리를 올라가니 봉우리에서 한 등산객이 사진을 찍으면서
잠시 대화를 했다..
시멘트 바닥에는 주로표지가 두군데로 되어 있다...(여기가 청룡산 정상이었는지 모르겠다)
내 앞에 두분은 오른쪽으로 갔다고 하고 난 어디로 가야 하냐고 설명을 듣자니
뒤에 조태수님이 온다..
왼쪽이란다...
그래도 잠시 등산객의 얘기를 듣자니 오른쪽길이 더 편한 길이라고 한다.
오른쪽로 가다보니 9산 종주 울트라 주로표시를 해 놓았다.
그렇다면 내가 정상적으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산성산을 찾아 가다보니 달비고개에서 주로표지가 이상하게 되어 있다.
( →) 인데 그 방향이 꼭 직진같은 느낌이 들어 무심코 고개를 넘어 버렸다 .
약 10m를 가다가 방향이 아닌 것 같아 주춤하고 있을때
등산객 두분이서 왜 그쪽으로 가냐고 하신다..
고마워라.....
고마워라.....
정말로 고마워라...
다시 오른쪽으로 향한다.
참고로...
(→)는 방향이 어찌 되었던 가로로 뉘어져 있고 오른쪽을 향하면 오른쪽방향으로 가라는 것이다.
(←) 이 방향은 왼쪽표시.
(↑) 방향은 직진이다..
산성산에서 용계리로 향하는 길도 만만치 않게 길다...
내리막길이지만 뛰기에는 조금 불편한 길이었다.
난 조금 지쳐 있었다...
내리막길을 다 내려오자니 조태수님이 날 앞지른다..
용계리 CP
13시간 29분
컵라면 하나를 먹고 잠시 물을 보충하고서 이제 마지막 용지봉으로 향한다..
조태수님하고 둘이서 용계리 코스 들머리까지 갔다..
진행하신는 분들의 따뜻한 안내를 받으면서...
화이팅을 외치며.....
이제 급경사의 방화선을 따라 용지봉으로 향한다.
내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같이 가던 조태수님한테 속도를 쭉 내시라고 하고서
난 방화선을 따라 온힘을 다해 올라 본다..
빠르다.....
벌써 나하고 200m -300m앞서 간다..
내 뒤에는 아무도 없다..
용계리 컵라면 먹을때 내 후미주자를 보고 왔다.
등산복 차림에 스틱을 들고 내려왔다.
사실 스틱사용이 금지되었지만 몇몇 주자들은 스틱을 사용했다..
장거리에서 스틱를 사용하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대회 운영자님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분은 아마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용지봉 오르는 길은 정말 죽음이다...
방화선의 고도를 보니 약 40-60도의 경사다...
오르고 또 오르면 용지봉이겠지 했지만 아니다
한봉우리 두 봉우리를 더 올라야 용지봉이다...
용지봉을 오르면서 몇몇 등산객들을 마주친다..
내가 이상한가 보다..
다들 쳐다보고
또 수고 하신다고 인사말을 하고...
어떤사람은 무심코 지나가고....
배는 고프지 않지만 목마르다..
베낭에 물이라고는 이제 작은병에 3/1 한모금 정도 뿐
어쩔 수 없다..
정자에서 쉬는 아주머니한테 물을 얻어 마신다..
미안하다.....
그분들에게도 소중한 물이지만 실례를 했다.
마음도 고맙고 예쁘지만
얼굴도 이세상에서 제일 예뻤다....
하지만 지나는 사람마도 무슨 대회냐고 물어 보는것에
답하기도 힘들었다...
묻고 답하고 좀 지나면 또 물어본다...
"제발 말좀 그만 시키세요...."
용지봉(629m)
용지봉에서 다시 급경사 내리막길 뛰어 본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따라 잡을려고 뛰어 본다.
그런데 아무도 보이지가 않는다...
조태수님은 어디만큼 가버린지 흔적조차 없다.
마지막 온힘을 다해 감투봉 이정표까지 가 본다..
그리고 왼쪽으로 꺽어 진밭골재...
진발골재에서 올라가니 정자 두개가 있다.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는 분들이 있었다..
날씨는 이제 더워진다...
앞에는 등산객 뿐.........
승리자의 길
진밭골재에 접어 들때 내 베낭에 있는 영영양젤과 연양갱 그리고 자유시간 작은 것
베낭에 남아 있는 간식은 모두 먹고 나서
이제 마지막 승리자의 길을 향한다.
정자를 지나고 잠시 오르막길이 두번 이어진다...
코스설명서에는 용지봉 지나면 내리막길이라고 하더니만....
승리자의 길 현수막에 잠시 서서 승리의 키스를 하고서...
마지막 청계사 그리고 피니시 지점까지 뛰어 본다..
이제 약 3.3km 정도 남았다...
청계사 내려갈때 한분이 올라 오셔서(지금생각하니 정영일님이신 것 같다)
지금까지 몇분이 지나 갔냐고 했더니
내가 9번째라고 한다..
정확한 것 같다..
혼신의 힘을 향해 뛴다.
청계사를 지나고 다시 뛰어 가는데 먼저 가던 두분에서 내리막길을 힘들게 가고 있다...
힘냅시다 하고서 난 뛰어 간다..
도로가 나온다..
지칠때도 되었건만 끝까지 뛰어서 골인지점까지 가보자....
드디어 골인지점이 보인다...
벌써 내가 오는 것을 보고서 카메라부터 모든 환영준비를 해준다...
포즈를 취한다고 했지만 힘든 표정은 감출 수가 없다.
7번째
15시간 38분으로 오늘 대구 9산 종주 울트라 산악 마라톤을 마쳤다..
힘들고 힘든 레이스였다..
지금도 내가 왜 그렇게 힘든 레이스를 했는지 조차 모르겠지만
승리자의 길은 진정한 승리자만이 갈 수 있는 것 같다..
사진촬영을 마치고 차에가서 반바지로 갈아 입고서 양말을 벚으니 내 발은 말도 아니다..
씨꺼면 흙먼지에 왼쪽 엄지발가락에는 구슬 크기에 물집이 곧 터질듯하게 부풀어 올랐다.
탈의실에서 핀으로 물집을 터트리고....
내 발을 한번 보았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은 돌뿌리에 채여서 감각이 없는것 같다...
다시 화장실에 가서 발을 닥고
찬물을 무릎에 끼 얹었다..
다른 주자들이 오지 않아 화잘실의 세면대는 나의 독무대....
한참 동안이나 무릎의 관절주변에 찬물로 조금이나마 식혀 본다....
그리고 차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자니 2시간이 흘려 버렸다.
17시간에 들어오는 주자들과 함께 국밥을 한그릇 먹고 난 다시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한다.
대회를 준비하시는 모든 분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리며
다음 제 3회대회에서는 내 몸 관리를 잘 해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자기하고의 싸움이었지만 홀로 승리할 수 없는 대회인것 같습니다..
미리 주로에 야광테이프를 붙여 주시고 곳곳에
주로 표시를 해주시는 준비위원님들과 따뜻한 국밥에 화이팅을 외쳐 주시는 자원봉사자님들
그리고 언제 올라오셨는지 이른 아침에 따뜻한 커피한잔을 주시고 막걸리를 한잔 주시는 런클팀 여러님들
용계리에서 컵라면과 용기를 주시는 분들....
그리고 혼자이지만 가끔 서로 만나면 힘냅시다.
서로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신 모든 울트라님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훌륭한대회를 마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내년에 꼭 참여 하겠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다시 한번 내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됐을때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저도 인간이 아닌줄 알았더니
인간인것 같습니다.
어제는 몸에 열이 나고 입술이 마르고 부르텃습니다..
참가하신 모든 분들 빠른 회복을 빌며...
긴글 읽으시느냐 수고 하셨습니다..
[스크랩] 아 ~~ 왜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가 않지...불.수.사.도.북 서울 오산 종주 산악마라톤 대회 (0) | 2007.06.20 |
---|---|
제 2회 대구 9산 종주 울트라산악마라톤 대회 출전 (0) | 2007.05.25 |
제 10회 금수산 산악마라톤을 마치고 (0) | 2007.04.04 |
금수산 산악마라톤을 마치고... (0) | 2006.09.27 |
마루금이 제천에 간 까닭은 ?? 조가리봉 - 저승봉(미인봉) - 신선봉 - 900고지 - 갑오고개 산행 (0) | 2006.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