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달리려면 속근(速筋)을 키우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 마라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기초를 두고 있는 운동으로서, 인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 마라톤이다. 하지만 좀더 효과적인 마라톤을 즐기고 싶다면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생리학적 특성을 알아두면 기록 향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근섬유의 특성
유산소적 지구력 발달은 달리기의 질보다 양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하지만 기록 향상을 위한 달리기는 양보다 질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즉, 달리기의 거리보다는 속도에 의해 기록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록 향상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는 달리는 거리를 증가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달리기의 속도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기록 향상을 위한 달리기에서 속도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근(筋) 섬유의 특성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근 섬유의 형태는 대사 기능과 수축 기능의 특성에 따라 지근(遲筋) 섬유와 속근(速筋) 섬유로 구분되고 있다. 속근 섬유는 다시 a형 속근 섬유와 b형 속근 섬유로 구분된다. b형 속근 섬유는 전형적인 속근 섬유의 특성을, a형 속근 섬유는 지근 섬유와 b형 속근 섬유의 중간 성질을 가지고 있다.
지근 섬유는 수축 속도가 느리고 약하지만, 에너지 생산을 유산소 대사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쉽게 지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반면, 속근 섬유는 빠르고 강한 수축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에너지 생산을 무산소 대사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금방 지친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낮은 강도의 장거리 달리기에서는 지근 섬유가 주로 동원되며, 빠르고 강한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속근 섬유가 동원되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근 섬유의 구성 비율은 어떠한 트레이닝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무리 장거리 달리기를 꾸준히 한다고 해도 지근 섬유는 전혀 증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도 근 섬유의 기능은 트레이닝 형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달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 지근 섬유의 유산소 대사 기능은 더욱더 발달한다. 뿐만 아니라, 속근 섬유의 유산소 대사 능력이 향상되어 속근 섬유가 지근 섬유의 특성을 띠게 된다. 또한 유산소 대사 능력이 거의 없는 b형 속근 섬유가 a형 속근 섬유로 전환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지근 섬유의 비율이 낮은 사람일지라도 오랫동안 장거리 달리기를 계속하면 근육의 유산소적 대사 능력이 충분히 향상되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근육의 유산소적 대사 능력이 충분히 향상되면 어렵지 않게 장거리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낮은 강도의 장거리 달리기에만 적응된 지근 섬유는 빠른 달리기에 효과적으로 적응하지 못한다.
따라서 근육의 유산소 대사 능력이 충분히 향상된 후에는 빠른 속도에 적응할 수 있는 근 섬유를 발달시켜야만 한다. 근 섬유는 트레이닝 형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의 달리기가 포함되면 자연스럽게 빠른 속도에 적응할 수 있는 근 섬유가 발달하게 된다.
꾸준한 장거리 달리기와 함께 주 1∼2회 정도 빠른 달리기를 포함시킨다면 두 가지의 근 섬유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